인공지능(AI) 테마에 투자하는 상장지수펀드(ETF)가 수익률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지난해 11월 초 이후 20% 이상 오른 종목이 수두룩하고, 올해 연초 이후로도 최대 약 7% 상승률을 보이고 있다. 증권가 전문가들은 "엔비디아, 마이크로소프트 등 소수 AI 종목에 투자하는 게 부담스럽다면 관련 ETF 투자가 대안"이라고 조언했다.
이 ETF는 해외 종목에만 투자하는 상품이다. 국내 상장된 AI ETF 10개 중 해외 투자만 하는 상품은 2개인데 그중 하나다. 이 ETF의 편입 종목(지난 18일 기준)은 27개 중 26개가 미국에 직상장 또는 미국주식예탁증서(ADR)로 상장돼 있다. 가장 비중이 큰 종목은 엔비디아(9.47%)이고 이어 메타(8.96%), 마이크로소프트(7.28%), 알파벳A(6.37%) 순이다. 편입 종목 중 미국 외 국가에 상장된 건 TSMC(1.95%)뿐이다.
김주용 NH아문디자산운용 매니저는 "생성형 AI 산업은 자본집약적 성격을 띠고 있어 안정적인 현금흐름을 확보한 기업이 이끌어 갈 가능성이 높다"며 "나스닥100 지수에 편입된 기업과 최근 1년간 생성형 AI 확장에 대해 언급한 30개 미국 상장기업을 리스트로 만든 뒤, 여기서 실적과 잠재력 등을 바탕으로 투자 대상을 선별한다"고 했다. 그는 "이 ETF 수익률이 높은 건 이런 전략이 잘 들어맞은 덕분"이라고 했다.
이 ETF가 편입한 미국 외 국가의 종목으로는 네덜란드의 반도체 장비 기업 베시(비중 1.90%), 맞춤형 AI 솔루션을 구축해 주는 홍콩 레노버그룹(1.40%), 독일의 헬스케어기업 지멘스헬시니어스(0.90%) 등이 있다. 국가별로는 일본 기업이 5개로 미국(36개)에 이어 가장 많다. 편입 일본 기업은 반도체 소부장(소재·부품·장비) 기업 디스코(1.34%), 이비덴(1.27%), 어드반테스트(1.20%) 등이다. 삼성전자(1.62%), 네패스(0.44%) 등 한국 종목도 이 ETF에 편입돼 있다.
정한섭 미래에셋자산운용 글로벌리서치2팀장은 "반도체 장비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일본 기업을 많이 편입했는데, 이들 종목이 최근 일본 증시 호조와 함께 주가가 많이 올라 좋은 수익률을 내고 있다"며 "미국에서도 AI 관련 하드웨어, 소프트웨어, 서비스 등 다양한 분야의 기업을 골고루 편입했다"고 말했다.
AI ETF는 로봇 관련주를 함께 편입하는 경우가 많다. AI는 소프트웨어고, 로봇은 이를 탑재하는 주요 하드웨어여서 연관성이 크기 때문이다. 국내 AI ETF 10개 중 절반인 5개가 AI와 로봇 관련주를 함께 편입하고 있다. 이 유형 종목 중 하나인 'TIGER 글로벌AI&로보틱스 INDXX'는 작년 11월 말부터 최근까지 24.57% 올랐다.
이 ETF를 운용하는 송민규 미래에셋자산운용 FICC ETF운용1팀장은 "최근 열린 미국 CES에서도 AI와 로봇의 결합이 가장 큰 화두였다"며 "이 ETF는 다른 사업을 주력으로 하면서 AI·로봇 사업을 부가적으로 하는 게 아닌, AI·로봇 사업을 주력으로 하는 기업을 선별해 담는 'INDXX 글로벌 로보틱스&AI 테마 지수'를 추종한다"고 했다.
AI ETF는 패시브보다 액티브 펀드가 많은 것도 특징이다. 전체 10개 중 6개가 액티브 펀드다. 다른 테마 분야에서는 보통 패시브가 더 많은데 이와 다르다. 작년 11월 이후 주가 상승률이 24.69%인 'TIMEFOLIO 글로벌AI인공지능액티브'를 운용하는 조상준 타임폴리오자산운용 ETF본부 부장은 "AI 산업은 시기에 따라 하드웨어가 주도할 때도 있고, 소프트웨어가 주도할 때도 있다"며 "액티브 펀드가 시장 상황에 맞춰 종목 편·출입을 빠르게 할 수 있어 급변하는 AI 산업에 잘 대응할 수 있다"고 했다.
양병훈 기자 h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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